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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을 만든 것이 10년 전이라면, 바로 오늘이 10년 후를 만들 것이다”
“국민 98.9%, 기후변화 체감하지만 실천은 귀찮아”
“인공지능은 인류의 미래가 될 수 있는가?”
“어린이 대상 GMO 인체실험 윤리 논란”
“WHO 사무총장, 앞으로 전염병은 더 쉽게 번질 것”
“고령화 진행될수록 소득의 양극화 심각”
오늘 출근길에서 스마트폰으로 훑어본 뉴스 같지만 10년 전인 2012년 가판대에 놓여 있던 신문 기사 제목들이다. 10년 사이 지하철에서 신문을 읽는 사람들이 사라졌듯, 세계는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가파른 속도로 움직이지만 한편으로는 맞닥뜨리는 뉴스들을 볼 때마다 기시감이 들기도 한다. 여전히 10년 전과 다를 바 없는 고민과 문제들을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질문이 떠오른다.
“10년 후의 미래가 지금까지의 반복과 다르려면 우리는 지금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10년 후 세계사》로부터 6년 후, 예언이 된 ‘미래사’
코로나19 이후 이른바 K-방역은 지금까지 우수한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줬다. 다만 그것은 잘 정비된 시스템에 의한 대응이라기보다 시민들의 희생과 분투에 의한 결과에 가까웠다. 한국사는 닥쳐온 위기를 단기간에 극복하는 데 탁월한 성취를 보였다. 그러나 위기를 넘기고 나선 제대로 반추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기가 거듭 닥쳤을 때엔 다른 역사들보다 훨씬 혹독하게 두 번째를 겪어야 했다. 우리가 코로나19 이후, 코로나27이 닥친 내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까닭이다.
2015년 출간된 《10년 후 세계사》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지금이 10년 후에 어떤 의미를 갖게 될지 그 역사적 맥락을 파악하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10년 후를 맞이하기 위해 바로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주제들은 무엇인지를 정리하고자 한 것이다. 따라서 《10년 후 세계사》는 세계의 흐름을 내다보는 전망서라기보다, 미래를 바꾸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한 보고서에 더 가까웠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21년, 이 책에서 짚어낸 10년 치의 이슈들 가운데 상당수는 예언처럼 현실이 되었다. 플랫폼 노동은 일상이 되었고, 결국 코로나19라는 세계적 전염병이 등장했으며, 이세돌과 알파고 간의 대국 이후 ‘기계를 배우게 된 인간’이라는 표현도 어느 정도 진부해진 세상이 되었다. 어제의 교훈은 오늘을 바꾸지 못했으며, 결과적으로 우리는 ‘알고 있으면서도’ 또 다시 10년 후를 실패했다.
《10년 후 세계사》가 내다본 미래가 현실로 닥쳐옴에 따라 이 책의 후속편을 기다리는 독자들의 요청이 꽤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이에 호응해 개정판을 준비했으나 군데군데 보태는 정도로는 예상보다 더 가파르게 기울어진 비탈길에서 변화의 흐름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지난 책을 갱신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보다 나은 10년 후의 세상”을 함께 고민하기 위해 2021년부터 시작되고 있는 10년 치의 세계사적 변화와 주요 이슈들을 정리했다. 그 결과가 바로 이 책, 《10년 후 세계사 두 번째 미래》다.
★ 10년 치의 현재를 정리해 10년 후를 고민하다
《10년 후 세계사 두 번째 미래》는 전작에 이어 2020년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10년 치의 세계사적인 주요 쟁점을 짚어 보고 그 맥락을 살핌으로써 10년 후까지의 전개를 전망한다. 즉 초국가적?문명적?지구적 범위로 보다 넓게 우리의 흐름을 조망함으로써 오늘의 문제들에서 내일 닥칠 위기를 내다보고자 했으며, 나아가 전망에서 그치지 않고 방대한 데이터에 가려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고자 했다.
여기를 이해하기 위해 세계 이슈들을 둘러보는 까닭은 다음과 같다. 기술의 발전으로 세계는 다양한 집단들의 합이 아니라 복잡한 관계망으로 형성된 거대한 하나가 되고 있다. 오늘날 호주에서 산불이 일어나고,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며 거리로 나선 시민들이 목숨을 잃고, 내전을 피하고자 시리아 국민들이 세계 각지로 뿔뿔이 흩어진 사건들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피부로 느끼는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나의 이야기’가 되었다.
지금을 이해하기 위해 과거 역사를 살피는 까닭은 다음과 같다. 우리 일상과 겹치는 세계사적 주요 현안들에는 복잡하고 고유한 역사가 도사리고 있다. 2020년 5월 시작된 조지 플로이드 사망 항의 시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50년 전 흑인이라는 이유로 중산층 동네에서 따돌림을 당했던 코리 부커 미국 상원의원의 ‘역사’와 함께 미국 내 빈곤층으로 분류되는 지역의 코로나19 사망률이 다른 지역보다 두 배 이상 높다는 오늘날 ‘뉴스’를 번갈아 볼 수 있어야 한다.
역사는 우리의 삶과 무관한 거대한 담론 같지만, 발화되는 화제마다 지금을 해명하기 위해 꾸준히 소환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축적된 과거의 결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까지 이어져온 세계사적인 ‘거대한 이슈’들이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를 전망할 수 있다.
★ 지금 우리가 알아야 할 기계와 일, 사람과 지구, 자본과 정치
《10년 후 세계사 두 번째 미래》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1부 ‘기계와 일’에서는 우리에게 닥친, 그리고 앞으로 더욱 심하게 요동칠 ‘일’의 변화를 들여다본다. 6년 전 《10년 후 세계사》에서는 근무 시간과 소속이 무너진 일터를 내다봤고 이는 플랫폼 노동과 긱 경제 등으로 예상보다 빨리 현실화되었다. 두 번째 이야기인 이번에는 오늘날 ‘배민’으로 상징되는 플랫폼 노동 이후 전개될 일자리 생태계를 내다본다. 이어서 이러한 변화를 이끄는 인공지능, 로보틱스,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 과정을 점검하고 그 영향을 다양한 관점에서 가늠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자율주행차가 대중화되면 인공지능 오류로 인한 사고나 관련 노동자들의 실직을 걱정하지만, ‘현대의 예언자’라고 불리는 SF소설가들은 카페가 사라지고 지방의 아파트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는 식의 조금 더 입체적인 상상을 펼친다.
2부 ‘사람과 지구’에서는 지구상에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일으키고 있는, 앞으로 점점 더 많이 겪게 될 문제들을 다룬다. 유전자 편집, 전염병, 기후변화 등이 그 예다. 《10년 후 세계사》 출간 뒤 실제로 유전자를 편집하는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이 생명공학의 황금열쇠로 떠올랐고, 세 사람의 유전자를 오려붙인 인간이 태어나기도 했다. 이처럼 인간의 속도를 벗어나 줄달음질치는 기술력과 그 뒤에 숨겨진 인간의 자신감 혹은 오만함이 불러일으킨 세계적 규모의 재난을 짚어봤다. 나아가 지방이 소멸되고 인구절벽에 놓인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다양한 분야를 연결지어 새로운 시각에서 정리했다. 이를테면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 위험한 까닭은 유해성 탓이 아니라 제3세계 농민들이 특허 값, 종자 값을 대느라 농사를 지을수록 가난해지기 때문이다
3부 ‘자본과 정치’에서는 이주 및 이산과 빈부 격차, 민주주의라는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반복되어온 세계 공통의 난제들을 어떻게 볼 것이고 받아들일 것인지를 설명하는 데 주력한다. 기술은 예상보다 더 숨 가쁘게 세상을 바꿨지만, 정작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기술로부터 소외되곤 했다. 저자들은 기술로부터 사람이 버림받지 않기 위해 필요한 가치로 민주주의와 공존을 꼽으며, 그 까닭에 대해 찬찬히 훑어 내려간다.
★ 우리가 만들어왔지만 우리가 알 수 없게 된 10년, 닥쳐오는 것이 아니라 다가가는 10년 후가 되려면
산업혁명이 시작된 18세기는 세계사의 변곡점이 되는 격동의 시기였다. 그러나 오늘이 어제와 완전히 달랐던 세상을 살았던 18세기 사람들이 100년을 내다보는 것보다 2020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1년 후를 예측하는 것이 훨씬 어려울 만큼 세계는 알 수 없는 영역으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인류는 역사상 처음으로 도시 인구가 농촌 인구를 넘어섰고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이 노인이 될 세상을 준비하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 뿌연 거리를 걷는 등 재난영화에서나 볼 법했던 풍경은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 되었고, 코로나19 이후로 이른바 선진국으로 불렸던 국가들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세계는 더욱 복잡한 다극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오늘의 세상은 어제의 우리가 만들어왔다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세상은 내일을 장담하기 힘들게 되었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넘쳐나는 가운데에서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아무리 미래가 불투명하더라도 앞으로의 미래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의 역사(과거)’라는 모순을 품은 이 책의 제목과 메시지 또한 바로 여기에 있다. 10년 후를 전망하고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의지로 10년 후를 ‘만들어나가자’는 것이다. 미래란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다가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역사를 통틀어 낙관에 의지해 생존해왔는지도 모른다. 이성이 온통 비관적이라고 말해도 의지로 낙관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세계는 의지로만 낙관하지 않고 이성으로도 낙관할 수 있는 곳이기를 바란다. 이 책을 통해 다음번 ‘10년 후 세계사’에서는 다른 미래를 그릴 수 있었으면 한다.”